나의 이야기

스물 일곱번째

chevy chevy 2012. 3. 23. 04:04

 

2006년, 7~8월경, 미국, 집으로 온 지 1~2달 됐다.

고교동기인 기만이가 일년후배, 형수와 자주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와서는..

내 아내와 조그마한 우리 집 뒷마당 전체에 고추, 상추, 오이, 호박 등 모종을 심고

혼자서.. 모종 심겨진 곳이라면 골고루 물이 닿게 마당 전체에 구불구불 물길을 팠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기준아! 집 안에만 있지말고 마당에라도 나와서 해,바라기도 할겸

수도를 틀어놓고.. 수로를 통해 물이 흐르는 것을 살피면.. 재미도 있을 꺼야~~>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물론, 나도.. 불과 서너 달, 전만해도 이 친구를 챙겨주고 잘~해줬었다.

근데, 이젠 입장이 뒤바뀌어졌다. 사람사는 거.. 진짜, 장담 못한다.ㅎㅎ

 

기만이 생각에도 자신이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것에 기쁠것이였다.

그러니.. 나도 기쁘게 받아야겠다~~

 

같이 온 형수란 아이는 나한테도 후배인데.. 며칠있으면, 타주로 이사간다는데..

가기전에.. 재활운동을 가리켜주겠다고 ㅎㅎ

 

몇가지 운동의 시범을 보이고  따라하게 시키는데.. 프로의 느낌이 들만큼  

어쭈~~제법이다.

뭘~ 아는, 아님, 배운 솜씨인게 느껴졌다.

 

댓가도 없고 대접도 대충인데..

친구라고, 선배라고 L A 외곽인.. 우리 집까지 찾아와 도움을 주려는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형수는 며칠후, 타주로 이사가고.. 기만인 다음해 한국으로 귀국했다.

 

 

 

그 날은 오후에도 마당에 있었다.

일, 갔었던 아내도 집에 돌아오자 마당에서 수확의 기쁨을 함께 즐기는데..

 

강아지, 카라가 쫌~이상하다.

마당, 한쪽 구석에 땅을 파고 웅크리고 앉아 꼼짝을 안한다.

불러도 눈을 들어 불쌍한 눈으로 쳐다만 볼뿐.

 

모종을 피해 기우뚱거리며 가서.. 카라를 번쩍 안았는데.. 헉~~

출산 중이였다.

웅크린 자세때문인지.. 새끼가 나오다 시간이 지체되서 질식한 모양이다.

 

새끼는 그렇게 어미 몸에 걸려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아내가 전화기를 꺼내 들었지만 어디에 전화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주긴 해 줘야하는데..

 

그래서,

<내가 안고 있어야 카라가 안심 할테니..

당신이 장갑낀 손으로 새끼를 잡아당겨서 일단, 빼내자~~ >

 

다행이, 새끼를 그렇게 분리는 했는데..

그런 상황으로 얼마의 시간이 지체됐는지 알 수없지만.. 새끼는 죽어 있었다.

 

죽은 새끼를 종이 박스에 담아.. 어미가 안보이는 곳으로 치우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게.. 끝이다. 아내와 내생각엔.. 그랬다.

 

다음 날 아침, 카라가 괜찮은지 궁금해서 뒷마당에 나갔는데..

카라가 움크리고 있었던 그 자리에.. 두 마리의 새끼가 죽어있었고 두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뿔사!~~싶었다.

개가 새끼를 한 마리만 낳는게 아닌데.. 그 다음으로 태어날 새끼를.. 왜~~?? 생각을 못했을까..??

 

카라에게도, 죽은 새끼에게도 넘~ 미안했다.

주인을 잘 못 만나.. 눈도 떠보지 못하고.. ㅠㅠ

 

살아난 두마리의 새끼는 엄청 이뻤는데..

얼마나 장난이 심하고 개구장이인지.. 장난이 장난아니다.

모종밭을  끝장내서 목줄을 했는데.. 나중엔 얄밉기까지 해서

 

아이들이 있고 강아지를 잘~키울 두 집에 나누어 줬다.

어미인, 카라는 뒷마당에서 흙묻히며 살고 있는데..

새끼들은 각각 좋은 주인들을 만나 집안에서 물도 안묻히고 산다는 후문을 나중에 들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물 여덟번째  (0) 2012.04.29
스물 여섯번째  (0) 2012.03.17
스물 다섯번째  (0) 2012.02.15
나의 이야기 ~~ 스물 네번째(마지막)  (0) 2008.07.30
나의 이야기 ~~ 스물 세번째  (0) 2008.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