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섭엄마 외에 따로 배웅하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잠시 머무르다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주위가 시끄럽고 부산 스러워서 그런지 은근히 긴장이 되었다
차례가 되어 주머니 속의 것들을 플라스틱통에 담아 콘베어벨트에 올려놓고
검색대를 통과하며 직원에게 따로 허리춤에 돈을 소지하고 있다고 얘기를 했다.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근처의 윗선인 듯한 사람에게 내여권을 건네며 보고를 하는가보다.
윗선인 사람이 날 한번 쳐다보곤 이내 오더니 따라 오라며 앞서서 옆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시간이 많이 걸리겠는데... 싶은 생각에 공연히 얘기했나? 후회가 되었다.
무슨 일인가해서 쳐다보는 아이들과 아내에게 씩웃으며 잠깐 기다리라고 말하고
그사람들을 뒤따라 사무실로 들어 갔는데 ...
사무실이 아니라 가운데에 테이블만 하나 있는 조그만 방이 였다.
첫마디가 - 소지하고 있는것 다 꺼내 놓으라고... 아니. 이 사람들이;;;
내가 감 출 생각 있으면 돈 있다고 얘기 했겠는가? 하니.. 그 걸 보여 달랜다.
허리춤에 묶었던 둘둘 말은 보자기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여러장의 여행자수표인지라 대충 훑어보고 바로 돌려주며
비행기 타자마자 화장실에 가서 몸에 잘 감추라는 말을 하며 잘 가시라고...
모르는 상태에서는 당연히 상식적일 수 밖에 없지만
알고서는 절대로 위법한 일을 못하는 나의 고지식함때문에 잠시 시간을 지체했다.
처음 타는 비행이 였는데 ..이어서 대통령전용기가 유럽으로 뜰 공항스케줄때문인지
우리는 예정대로 오전,정시에 이륙을 했다.
LA에 도착했는데 긴 비행시간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아침이 였던게 신기했다.
생각해보니 시간은 잘모르겠다 건물안에서 오랜시간 있었고 비가와서 흐렸으므로 ...
건물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는데도 ...
웬지 앞으로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것같은 예감에 기분이 가벼워졌다.
4개의 커다란 이민가방을 찾고...이민목적인 사람들은 따로 기다리게하고 심사를 하는데 ...
비행기안에서 그렇게 잠을 잤는데도 워낙 긴 비행시간이라 몸은 너무 피곤했다.
목적지에 도착했으므로 더 이상 갈곳이 없으니 조급한 마음은 없는데...
마중나온 사람들이 앞에서 궁금하게 기다릴텐데하는 걱정과 함께...
끝을 모르는 기다림이 너무 지루하기만 했다
입국신고를 하는데...가능한 정확하게 적었다.
어쩌면 이게 나중에 나를 위한 근거서류가 될 수도 있으므로...
( 만불이상인 경우- 실제 소지하고 있는 금액보다 적게 신고하던가 아예 신고를 안해서
공항에서 불법자금으로 의심받아 몽땅 뺏기는 경우가 하루에 적어도 한건 이상이라는
신문보도를 미국에 살면서 여러번 봤다.
수출, 많이하면 뭐해? 알토란 같은 돈 ,멍청하게 지손으로 싸가지고 와서 뺏기는 걸...
이런 기본상식을 모르는 상태에서 잘못될까 두려운나머지 일단 신고를 피하는거 겠지만
워낙에, 도망가고 감추는 환경에서 태어나 살다보니.. 닭,잡아먹고 오리발식은 금기사항이다.
공익기관 같은 곳에서 간단하게 홍보만 해도 국민의 재산을 지켜 줄 수 있을텐데..
만불이 넘으면 따로 심사를 하긴 하는데...
이름, 주소,금액을 공무원의 눈으로 실물 확인만하고 그 자리에서 다시 돌려준다..
참견할건 아니지만 여행이건 인생사는 거 건 제발 엉터리로 하지 말고 정직하면 좋겠다.)
드디어, 미국땅을 밟았다. 주위에 미국을 입에 달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있어도
나하고 미국하고는 연결지을 아무것도 없었기에 무관심할 수 밖에 없었던
내가 미국에 이민을 오다니...
마중나온 형제들과 조카들을 만났다.
처가 식구들이 많이 나와 있었지만 공항에서 일단 헤어지고 LAX 근처 론데일 작은 형네
집으로 갔다. 관광으로 놀러 왔으면 마음이 들뜨고 신나겠지만 앞으로 이 곳 어디엔가
자리를 잡고 살아야 하고... 어쩌면 죽어서 묻혀야 할지도...모른다고 생각하니...
겉으로는 좋네. 와! 멋지다 말은 하고 있지만 심히 불안하고 걱정이 한가득이다.
그렇게 첫 날을 시작했다.
이민 철칙 하나- 뭘 해먹고 살까? 이런건 좋지도 않은 머릴써서 고민 할 필요가 없다.
특별한 사람은 예외일 수도 있지만 ..그냥 할까,말까?만 결정하면 되었다.
하나님께서 일용할 양식을 주시려고 이미 공식을 만들어 놓으셨기 때문이다.
공항에 누가 마중을 나오느냐에 따라서 직업은 결정되게 되는데..
그 사람의 직업이 곧 나의 첫번째 직업일 수 밖에 없다.
그 직업에 대해서 나보다는 현재 진행형인 박사님이신 셈이니...일단, 이곳을 알기 위해서라도
또, 가지고 온 걸 덜 까먹으면서 얼마라도 수입을 만들자면 이 방식이 제일 쉽고 무난하다.
(누구는 여기 살면서는 놀러 다니기 힘드니 처음에 놀러 다니라고도 했다. 살아보니 맞는 말이다.
근데, 앞에도 얘기했듯이 난, 고지식한 사람이라 그렇게는 절대로 못한다.
직업을 한번 갖게되면 가족모두가 같은 시간대에 휴가를 내기가 참! 힘들다.
오히려, 관광으로 온 사람들은 다음 날부터 동부로, 하와이로 구경다니지만..
L.A에서 20년이 넘게 산 아내와 나는 고작, 옐로스톤이 최고로 멀리 간 곳이다. )
그래서 L.A의 크린셔와 40가쯤에 있는... L A 올림픽이후, 흑인동네가 된
형의 세탁소에도 가보고... LAX (LA공항)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베니스 비치에 있는
손위 처남의 셔츠가게에도 가 봤다.
기계를 분해하고 고치고 만들고 ... 이런걸 좋아해서 공대출신이 된 탓에
손에 기름 묻히는 기계공장 같았으면 일 할만 하겠는데...세탁은 내키지가 않았고
셔츠가게는 더울때 장사해서 일년을 살아야하는데...가게 자리가 일년단위 리스로 묶여
있어서 손님없는 겨울철에도 렌트비는 꼬박내야하는... 건물주에게만 좋은... 뭐, 그랬다.
그때,내 막내동생이 자기의 선배가 보르네오 가구점을 하는데...딜리버리맨을 해 보겠냐고
해서 성의도 고맙고 또, 지리도 익힐겸해서 405와 90번이 만나는 FOXHILL MALL에 있는
가구점에 취직을 했다.
아침에 Warehouse에 바로가서 그날 배달 할 물건과 재고 떨어진것들을 싣고 2층에 있는
매장으로 오면 점심시간쯤 되는데...같은 층의 마주보고 있는 칼스-주니어에서 시끄러운
흑인음악(동네가 흑인동네라)과 함께 수퍼스타 햄버거와 미디움싸이즈 콜라를 마시다 보면 ...
여기가 미국이구나 싶은게...실감이 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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