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 같은...내, 아버지

19 - 왼 손은 모르는 오른 손이 하신 일들

chevy chevy 2009. 11. 15. 16:05

 

75년 11월 20일, 대구, 서문시장 4지구에서 큰 불이 났었다.


양복, 양장지 도,소매점이 몰려있는 곳인데.. 피해가 컸던건  

시기적으로 동복지가 한창 거래될 때이기도 하지만,

연말과 설대목을 대비하여 많은 상품들이 쌓여있던 때문이기도 했다. 

 

얼마나 대단했으면.. 아예, 건물이 녹아 내렸다.

망연자실하고 있는 상인들은 당장 먹고 살 일이 큰문제였다.


모직회사에서는 별 계상사들의 주문을 받아 천을 짜기만 하고..

판매는 특약상사에서 모직회사에 어음을 주고 사다가 시장에 유통하기에

특약상사들하고  도,소매점이 더 가까운 탓도 있지만


제일모직과 거래하는 특약상사중 규모가 제일 큰 태일상사 사장님이신

정학선 장로님께서 화재 현장에 직접 가셔서 적극 지원을 하셨다.


서문시장 인근에 달성공원이 있는데.. 그담장을 끼고 길게 공터가 있었다.

여기에 임시로 가건물을 짓고 상품들을 재공급하여 다시 일어서기를 도왔다.
 

물론, 모직회사에서도 일선에서 고객에게 판매를 담당하는 도,소매상을 위하여

물심 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음은 당연하였다. 

 

그 결과 화재 현장에 새 건물을 짓고 정상으로 돌아오는동안 상인들도

희망의 끈을 붙잡고 살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몇년후, 내가 대구에서 양장지 주재원을 할때..

어쩌다가 동성로에 있는 대구직물 영업장을 방문하게 되면 주인, 은남수사장께서

서문시장 화재당시, 장로님께서 직접 대구에 오셔서 여러 사람에게 많은


지원을 해 주셨었는데.. 본인의 경우는 아예, 영업장을 동성로로 옮겼으며..

도움을 많이 받았었다고 항상, 고마움을  표하곤 했었다.


년도는 알 수가 없는데..

장로님의 태일상사와 거래하던 도매상중 누군가 부도가 나며..

남산에서 자살을 기도했었는데.. 마침, 행인에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소식을 듣고 장로님께서 병원으로 달려가서 담당의사에게 50만원을 건네며

 이사람을 살려내면.. 50만원을 더 드리겠으니  꼭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셨다고..

70 년대 중반, 대졸 초봉수준이 25 만원대였다.

 

그렇게 살아난 그 분이 미국으로 가족모두를 데리고 이민을 갔는데..

어느 해 인가부터 매년 얼마의 돈을 장로님께 보내 오더니..

마지막 번에 직접 장로님앞에 나타나서


"장로님! 덕분에 제가 살고  제,가족도 살고.. 이제, 나머지 빚도 다 갚게 되었다" 며

 장로님의 손을 붙잡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었다고..


이건, 매년 연말 행사였었는데..


운전기사, 배형이 쉬는 날, 장로님께선 나를 불러 차에 달력100 부를 실어 운전하게

하시곤.. 우리 교회에서 생활이 어려우신 분들의 가가호호를 방문하여

달력 1 부씩하고  저고리 안주머니에 따로 준비하신 봉투 하나씩을 돌리셨다.

이건, 운전하느라 내가 직접 따라 다녀서 아는 사실이고..

 

이것 말고도.. 미국에 이민 온 후에 고, 김광훈목사님을 통해 들은 말씀으론

김장철과 월동 준비때가 되면 우리가 사는 이웃동네 동사무소에 부탁해서 영세민중 어려운 가정,

100 세대에게 가족수에 맞게 김장재료와 쌀 그리고 연탄으로 겨울을 따뜻하게 지날 수 있도록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 손이 모르게 지원을 하셨다고..

 

또한, 80 년말쯤, 사업을 접으시고 .. 광교에 있는 사무실에 출근하실때에..

65 세가 넘으면 나라에서 경로우대한다고.. 지하철이 무임이든가? 여튼,

 

"서울시에서 서울 지하철만드느라 외국에서 차관을 들여다 쓴게 얼만데...

 매달 수입이 있는 나까지 공짜로 타고 다니면 이 빚을 언제 갚겠느냐? " 고

 항상, 만원 정액권을 구입하여 사용하셨다.


작은 일, 몇가지만 밝히는 건데.. 나중에 죽어서 장로님께 혼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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