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사(지금의 LG)에서 한국 최초로 TV를 생산한게 66년이였다.
60년대 말, 서울엔 TV가 제법 보급이 되었고 쟁쟁한 사람들이 많이 살던 후암동,
우리 동네엔 집집마다 거의 다~ 한 대씩은 있었는데.. 우리 집엔 없었다.
어느날, 사장님이신 장로님께서 출장을 가셨다.
이때를 놓칠세라 부인, 이성옥여사께서 사무실을 방문하여 회계을 담당하시는
김부장님에게 "부장님댁에 TV가 있습니까?" 라고 물으시고는 .. 당연히, 있다는 그 분께
"우린 없으니 집에 TV를 놓아달라" 고 해서 .. 그 날부터 TV가 안방에 자리하게 되었다.
후에, 출장에서 돌아오신 장로님께서 김부장님한테
"아니.. 김부장이 왜 우리 집안 일에 신경쓰느냐고.." 미안하게도 꾸중을 하셨다.
명색이 전국을 상대로 사업을 하시면서 사장님댁에 전화도 없었다.
전화국에 신청하여 기다렸다가 청약 순서대로 설치하여 주는 청색 전화기를 놓게 되어
학교에서 가정환경조사 양식 작성할때 비로소 전화있음에 표시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것 역시, 이성옥여사의 어거지 때문이였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색깔이 청색이 아니라.. 전화국에 신청하는걸 청색 전화라 칭하고 기존에 설치했다가
이사등으로 필요가 없어져서 3 자에게 양도하는 걸 백색 전화라 하는데..
백색 전화는 안기다려도 되고 매물중에서 번호를 고를 수 있기에 많이 비쌌다.
가전제품이라곤.. 피난 시절부터 있었던.. 미제, 제네럴 일렉트릭 진공관식 라디오가
하나 있었는데.. 이건 안방에 있기도 했지만 그 당시 유명했던 D.J 최동욱의 <3시의 다이알>
또,통행금지 시작인 밤12시부터 D.J 이종환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란 음악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공부하겠다며.. 그때 한창 유행하던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형들.. 특히, 둘째형이
어머니에게 졸라대서 샀는데.. 이것, 역시 장로님께 핀잔을 들었다.
의식주와 관련된것 아니면 쓸데 없는 거 샀다며 꼭~ 한번의 꾸중을 들어야 했다.
그렇지만 한번으로 끝이다. 같은 걸로 두 번 말씀을 안하셨다.
이북의 고향을 떠나 월남하여 언제 돌아 갈 수 있을지.. 전혀, 가늠 할 수 없는 사람이
선택 할 수 밖에 없는... 먹고, 입고, 자는 것 빼고는 무조건 안쓰고 은행에 맡겨 두시는거다.
그렇지만, 교회에서는 장로님께서 헌금을 많이 하시니
우리 집의 가정형편이 잘~해 놓고 잘 살꺼로 생각들을 했겠지만... 그건 완전 오해다.
여튼, 의식주말고 가족에게 쓰시는 게 없으셨다.
담이 무너질듯 기울었어도 나무로 받침을 세우고 몇년을 버티며 교회엔 헌금을 하셨다.
내가 대학졸업하고 당장 취직을 못했을 때..
"지게는 내가 사줄테니.. 서울역에 가서 짐꾼 차례 기다리는 곳에 줄을 서라
지게 말고는 네,아버지한테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라" 고도 하셨었는데..
우리 오형제는 그렇게 양육되어져 왔기에..
다행히, 취직이 되어 서울역에 가는 일은 생기지 않았지만..
나중에.. 나의 아버님께서 부자이신걸.. 이민 수속하며 알게 되었다.
하마트면, 위장 이민으로 낙인 찍혀서 이주허가를 못받을 뻔하기도 했지만..
71년 여름, 피서가는 고속 뻐스안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남북 적십자 회담 제안이 라디오 방송을 통하여 뉴스로 흘러 나왔다.
그때, 내, 기분엔 곧,남북간에 왕래도 이루어지고..
통일은 아니지만 거의 통일에 준하는 평화스런 상황이 눈앞에 펼쳐질것만 같은 기분이였다.
휴가를 마치고.. 집에 돌아 왔는데..
아버님께서도 알고 계셨지만.. 북에 회담제의 소식을 모르시는듯.. 집안이 조용하기만 했다.
그이유는..
육이오 동란당시, 서울 수복때,국군과 유엔군이 서울로 들어오자 일제때 만든 남대문 지하도 입구
근처에서 만세를 부르던 한 시민이 갑자기, 어디에선가 날아 온 총탄에 맞아 죽었다는 것이다.
적이 완전히 물러 간 다음에 만세를 불러도 늦지 않을텐데..
어느 곳에 적이 남아 숨어 있을지도 모르면서 만세 부르는게 뭐~~그리 급하냐신다.
요즘말로 조급하게 미리 샴페인을 터트리지 말라는 뜻이셨겠지만
마음, 속으로야 얼마나 잘~~되기를 기도하셨을까?
그럼에도 2009년인 지금,
회담제의 40년이 되어가고 남북 분단 60년이 되도록.. 아직, 이러고만 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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