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 같은...내, 아버지

4 - 이야기 보따리의 비결

chevy chevy 2009. 1. 28. 06:23

 

나라를 잃고 아무리 힘든 시절이라 해도 세상 물정을 전혀 상관하지 않는 철없는 손주들이 무대뽀로

 

조르게 되면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조르는 아이들에게  "옛날 옛적에, 호랑이가  살았는데..." 라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주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해 주시는것이 보통인데... 

 

소년, 정학선이 살고 있는 이 곳에선 전혀, 달랐다.  정~ 반대의 풍경이 벌어지곤 하였다.

 

소년, 정학선이 지나가는 모습이 눈에 띄기라도 하면 ... 할머니, 할아버지분들께서 오라고 손짓하여

 

부르시곤  재미 난 이야기를 해 달라고...당신들께서 아예, 철없는 아이들이 되어 조르시는 모습을 보이셨다.

 

그러면, 어른 공경 잘하는 소년, 정학선은  동네 어르신들에 둘러싸인 채 

 

아까울것 전혀 없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하나씩  좋은 말솜씨로 

 

크게 할 일 없으신 어르신들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이야기 전도사가 되곤 했었다.

 

밤늦은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가지 이야기가 끝나면  하나 더~를 외치며 보통의 아이들과는 다를 수 밖에 없는 소년, 정학선의

 

입을 통하여 듣는 전혀 낯설지만 통쾌한 이야기는  집에 가는 것 조차 잊기가 일쑤였다고

 

약 2천개의 이야기를 머리속에 담고 있었는데...  그건 다름아닌 성경이야기였다.

 

소년, 정학선은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로 교회,주일학교의 반사선생님께로 부터 듣는 성경이야기들을

 

온전히 다 기억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그 당시, 어린 나이에 따로 성경을 읽어 말씀들을 다 꿰고 있었다.

 

노아 할아버지의 방주이야기, 모세가 자기백성을 이끌고 출애굽하며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이며

 

삼손의 괴력하며 또, 광야에서 5천명을 배불리 먹이고도 12 광주리를 남기신 5병2어 이야기.

 

성경책을  손에서 떼지않는 소년, 정학선의 이야기 보따리는 아무도 그 크기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무리 어른 공경 잘하는 사람이라도 엉뚱한데서 실수를 하게 된다.

 

소년, 정학선이 어느 날, 모친과 함께 이웃마을 장에 가게 되었다.

 

모친께서 보시기에 아들에게  새 벨트(혁대)가 필요해 보여서 이 참에 하나 사 줄 요량으로 

 

골라보길  권하셨다. 근데, 문제는 가격이였다.

 

괜찮아서 마음에 있는 것은 12원이고, 그 아랫치가 5원이였다.

 

넉넉치 못한 살림을 꾸려 가시는 모친께선 당연히 가격이 싼 5원짜리 벨트를 사서 건네 주셨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심하게 불평을 했었다고...

 

12원짜리가 아무리 좋아 봐야 벨트일 뿐인데...

 

그때 모친께서 얼마나 속상하시고 미안해 하셨겠냐며... 

 

2001년의  어느 봄날 79세로 미국에 마지막번으로 오셨을때...

 

이때를 회상하시고 어릴 쩍이였지만.. 모친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음을 후회하시는 모습을 보이셨는데

 

내가 아버님의 아들로 산 50년동안 처음 뵌 후회하시는 모습이였다.

 

 

또한, 소년, 정학선은 글쓰기에도 남다른 소질이 있었다.

 

문장력도 좋았는데... 달필이였다.

 

그의 서체에는 힘이 있었고 보기에 아름다웠다.

 

세월이 흘러 16세때에  만주, 봉천(심양)으로 가게 되는데...그때에도 글을 잘씀이 한몫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