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내가 건강하던 2004년의 어느 늦 가을 날 겪었던 일이다.
요즘 산책나가는 공원에서 마주친 홈리스 피풀인듯한 사람을 보고 불현듯 옛 생각이 났다.
아직은 어두컴컴한 교회 주차장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었다.
오늘은 LA다운타운에 길거리 선교팀을 도와주러 가는 날이다.
나도 집사람과 함께 동참하기로 해서 여기에 나왔다.
시간이 되어 대충 인원을 점검하고 이동하기 쉽게 몇대의 차량으로 줄여서 출발을 했다.
아는 사람도 있었고 그동안 계속 봐 왔겠지만 낯선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가는동안 차 안에서 금방 친해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어둠은 가셨지만 아직은 이른 새벽이라 종이박스를 깔고 담요를 덮고자는 나름,부자(?)도 보였고
그냥 옷만 걸치고 두 손을 사타구니에 찔러 넣은채 몸을 잔뜩 움크리고 잠에 떨어졌는지, 아니면
술이나 마약에 골아 떨어졌는지?
그렇게 죽은 듯이 누워있는 사람들이 개울의 징검다리처럼 모르는 사람의 상점 닫혀진 셔터앞에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시가전이 벌어진 이라크의 전장터가 이럴까? 싶기도하고 꼭 무슨 영화 촬영장같기도 했다.
내가 홈리스 피플을 처음보는것은 물론 아니다. 이민 처음와서 자바시장에 장사를 위해 들락거릴
때부터 무수히 봐 왔지만 꼭두 새벽부터 그 들만을 만나기 위한 목적으로 방문하려 하니 은근히
긴장이 되기도 했다.
약속장소에 우리가 먼저 도착했고 이어서 선교단체의 음식을 실은 미니밴이 도착했다.
서로 인사나누기도 잠시, 서둘러 판을 벌렸다.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앞쪽 벽면으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한줄로 길게 늘어서고 있었다.
그 들은 이미 익숙한듯 우리의 손놀림을 아무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고 우리만 분주했다.
테이블 두개를 길게 놓고 그 위에 팩으로 포장되어 있는 냉동된 먹거리와 과일로는 바나나
한가지, 그리고 새담요와 양말들... 마지막으로 뜨거운 커피가 놓여졌다.
한 사람씩 줄지어 테이블 앞으로 지나가면 우린 그냥 한개씩 집어주면 되었다.
한참을 그렇게 나누어 주다가 이제 다 끝나가겠구나하고 벽면쪽을 쳐다보니 아직도 줄은 그대로
였다.
웬 일이지? 싶었는데.. 순간 웃음이 나왔다.
나한테 음식을 받아갔던 사람들이 기다리는 줄에 섞어 있는게 눈에 띄었다.
어쩐지 더 달라고 떼를 쓰는 사람이 없드만 ....한사람에 한개씩만 분배를 하니 더 필요한 사람은
그냥 다시 줄을 서면 그만 인것이다. 본인확인을 하는 것도 아니고 주네마네 싱강이를 할 필요가 없었다.
준비해간 음식과 담요가 테이블에서 없어지자 오늘의 봉사도 끝이 났다.
제일 먼저 바닥난것이 뜨거운 커피였는데 밤새 추위에 언 몸을 녹이기 위해서 어쩌면 당연 하였다.
근데, 한가지... 냉동되어 팩으로 포장되어 있는 음식을 어떻게 먹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전자렌지에 데워 먹어야 하는데.. 그 들한테 전자렌지가 있을리 만무하고..
그래서 선교단체에서 나온 사람에게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그 건 우리도 모르지만. 뭐, 알아서 먹겠지요.
처음, 선교 봉사간다고 했을 때,
난,그저 큰 가마솥이나 남비에 뜨거운 오뎅국물이나 사발면 같은 걸 후~후~불어가며 먹으면서
잠시나마 몸을 호강 할 수 있게 해줄꺼로만 생각 했는데... 이 무슨 토종 한국식 발상이람;;;
돌아오는 길에 어느분이 아침을 자기가 사겠다하여 모두가 식당으로 갔다.
정작 뜨거운 음식을 마주 해야할 사람들 한테는 냉동음식을 나누어 주고서 봉사하는 동안
잠시 추웠던 우리는 이렇게 편안하게 앉아서 더운 음식을 먹는다는게 갈등생기고 죄책감에
나,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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