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여름 방학때였다. 아버님께서 며칠간 낚시를 가실 계획이라며 ..
같이 가겠는지? 물어 오셨다. 처음 듣는 제안에 당연히 따라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하여 아버님과 나, 이렇게 두 사람은 새벽에 집을 나섰다. 요즈음 기름유출로
난리를 겪고 있는 태안반도 아랫쪽에 있는 안면도에 외삼촌께서 살고 계셨는데
그리로 가실 계획이셨나 보다 지금이야 연륙교인가해서 육지와 연결이 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찾지만 그때는 광천에서 배를 타던가 아니면 서산 어디에선가
배를 타야했다.
광천에서 기차를 내려 배를 타고 안면도에 당도했는데..
항구에 내린게 아니고 승언리, 가려면 이쯤에서 내리는게 가까울꺼 라며
그냥 바닷가에 대고 뱃사람 잔등에 업혀서 땅에 발을 디뎠다.
젊고 건장해 보이는 뱃사람이.. 나, 한테 부러운 투로 말을 걸었다.
"넌, 좋겠다. 아버지랑 같이 여행해서..."
"예 "라고 대답을 하면서 뱃사람한테 웬지 미안했다.
아버지께서는 이전에 와 보셨는지 쉽게 외삼촌댁을 찾으셨다.
정말, 일주일 내내 낚시만 하셨다. 나는 떡밥을 물에 개어 달라시면 그렇게
해 드리는등 잔심부름외에는 물가에서 개구리를 잡아서 개구리하고 놀다가 물에
놓아주곤 하며 아버지 옆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전혀 지루한 줄을 몰랐었다.
외사촌형이 보기에 안스러웠는지.. 두번 인가?
저수지 건너편에 있는 자기의 처갓댁에 가면서 나를 불러서 같이 갔다오기도 했다.
그리고, 떠나기 하루전날 점심때 쯤해서 갑자기 아버님께서 낚시대를 거두시더니
네가 같이 왔으니 바닷가라도 한번 봐야하지 않겠느냐시며 바닷가에 가자고 하셨다.
큰 길로 나서 한참을 가니... 옛날 임금님이 사시던 경복궁에 땔감을 진상하던곳 답게
해송으로 빽빽한 언덕을 넘어서자 갑자기,앞이 열리며 저 멀리 거대한 뭉게구름이
떠 있는 코발트색깔 하늘이 까마득한 곳에서 바다와 맞닿아 있고 사람이 전혀 없는
눈 부신 백사장에는 바닷물이 밀려오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고 있었다.
난생 처음보는 바닷가였다.
이 섬에 올때, 광천에서 항구를 보긴 했어도 백사장이 있는 바닷가는 처음이였다.
멋진 한폭의 풍경화를 보는듯 했다. 아니, 내가 그 풍경화 속에 들어 와 있었다.
이것이 내 어릴 적에 있었던 아버지와의 첫번째 여행이자
아버지께서 나를 데리고 가셨던 유일한 기억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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