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 상진이의 결혼준비로 그동안 많이 긴장했었나보다.
예식이 끝나고도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정신이 없을 만치 피곤하기만 하다.
빨리 정신차리고 나의 자리를 찾아 가야겠다.
나는 이상하게도 돌아가신 나의 아버님을 생각하면 하나님이 먼저 생각나고 ...
하나님을 생각하면 아버님이 더불어 생각난다.
언제부턴가 두분을 동일시하고 있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인간의 모습을 하고 계시다면 ...
틀림없이 나의 아버님의 모습일것만 같아서 일것이다.
86년, 이민오기 바로 며칠전, 아버님의 입을 통해서 들은
" 내가 너희 오형제를 다 사랑하지만 특히, 세째인 기준이,너를 제일 사랑했다." 는 ...
그 말씀을 듣기전까지는 이상하리 만큼 아버님을 무서워 했었다.
아니, 제대로 표현을 하자면 두려워 ... 아니지! 아! 그래, 어려워 했었다.
그래, 맞아 ...어려워 했었어.
우리 형제중에서 한번이라도 아버님한테 매를 맞아본 사람은 없었다.
매는... 커녕, 화난 모습을 뵌적도... 내,기억엔 없다.
별 말씀은 없으셨지만 항상 미소를 지으시는 온화하신 표정이셨다.
근데, 왜? 무서우리만치 어려웠을까?
아버님께서는 기본이 원리 원칙이셨다.
거짓이나 정상적인 상식을 벗어난 예외란 어디에도 없었다.
솔선수범, 모범이셨으며... 당신, 자신역시 언행이 일치하셨다.
그렇게 하고자 노력하시는게 아니라 그냥 생활,자체가 그러하셨다.
허용범위를 넘어 정상궤도를 벗어 났다면 꾸중을 각오 해야했다.
정직과 순리로 무장하신 아버님을 궁색한 변명과 거짓말로 이길수는 없었다.
어렸을 적에는 때로 엉뚱한 내가... 놀기 바빴기에 아버님을 뵌 기억이 없어서 모르겠고...
점점 자라며 ... 이치에 맞지도 않는 변명을 늘어 놓았겠지만 내가 생각해도
앞,뒤가 안맞는 궤변에 웃기다 못해 한심하여 꾸중을 듣는 동안
내,잘난 입은 더 이상 움직일수가 없었다.
그런데...칭찬에는 야박하셨던거 같다.
하긴, 칭찬 들을만한 짓을 한게 없어서 기회를 드리지 못한 내 잘못이 크니...
이건 그냥 패쓰해야 할것 같다.
참! 이번, 큰아들, 상진이 결혼식에서 신랑 부모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순서 마지막즈음, 신랑신부가 하객을 향하여 절할때 문득 ...
아버님! 당신의 손자, 상진이 이제 저만큼 키웠으면 ... 저, 잘~했지요? 하며
칭찬듣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민올때, 한국을 떠나기 며칠전에야 들은 ... 사랑했었다는 말씀으로 ....
이 집안에서 나는 필요 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던 내가, 혼란에 빠졌었다.
아버님! 왜, 이제야 그런 말씀을 하시나요? 이제 오해를 풀고 효도할래야 할 시간이 없는데...
저한테도 시간을 주셨어야지 이제 어떻게 하라구요? 차라리 아버님이 원망스러웠었다.
이민수속을 하며 알게된...먹고 살기 힘들어 이민하겠다는 이민동기를 못믿겠다는 보건사회부에서...
사업하시는 아버님께서 전국 납세자 랭킹 500인안에 포함되는 부자인 사실에 조금 놀라긴했지만
남의 얘기처럼 들리듯 나의 부모님과 나의 형제는 특별할것도 없이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았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가고 ...
중학교때부터 단짝친구로 지내던 녀석도 이민하여 같은 LA에 살고 있었다.
이녀석의 아버지와 나의 아버님에 대한 비화를 알게 되었는데...내용은 충격이 였다.
하지만 달라진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그것때문에 달라지지 말자고 마음 먹었었다.
그러던 어느해, 나의 아버님께서 방문차 이곳에 오셨는데...
매년, 오셨지만 처음으로 "OO의 아버지는 잘~ 계시지?"하고 물으시기에...
"2년전인가.? ..위암으로 돌아가셨어요"하고 말씀을 드렸더니...
"아! 그래? 그렇구나... 사실은 내가 그분을 잘~ 몰라" 하시며 화제를 돌리시기에...
속으로 내가 깜짝 놀랐다.
무소불위의 몰상식한 사람의 행실은 항상 상식적인 사람이 피해를 입게 되어 있다.
그러면 그 몰상식한 사람을 당연히 원망하고 비판하는데... 친구의 아버지가 몰상식한 사람이였다.
나의 아버님께선 정신적은 물론이요 금전적으로도 피해를 받으셨으면서도 더 이상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얽혀 있는 비화를 하늘이 알고, 세째아들인 내가 알고 있는데... 벌써 오래전에 이미 용서를 하셨나보다.
그러고 보니... 남에 대해서 험담이나 비판을 하시는것 또한, 뵌적이 없다.
정말, 그릇의 크기를 알수 없는 분이시다.
또,한번 마음이 답답해지며 절망하는 내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닮고 싶은데...더 멀게 느껴졌다.
내가 이세상에 태어난건 내,선택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이셨겠지만 ...
만약, 나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난, 내,아버님의 자식으로 다시 태어 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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