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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3일

chevy chevy 2015. 11. 17. 08:58
내가.. 가지나물을 엄청 좋아한다.
요리방법에 따라 맛이 다르기도 하지만.. 
 
길이로 길게 잘라 햇볕에 바짝 말려 나물로 무치면.. 
 
쇠고기맛이 나며 고소하게 씹히는 맛이 그만인데.. 
 
어렸을 때, 엄마가 만들어 주신 메뉴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 맛있는 걸.. 엄마, 돌아가시고
38년 동안.. 못먹어 봤으니..ㅠ 
 
근데, 솜씨 좋은 아내가 그맛을 그대로 재현했다.
그렇다고 38년동안 연구만 한 건 아니고 
 
아는 분이 집에서 키운 가지를 몇 개 주셨는데.. 그걸로 어떻게 할까..? 하기에
강력하게 유혹했다.ㅎ 
 
아내는 음식솜씨가 장인수준이다.
전공이 피아노라 결혼까지 했는데.. 
 
별책부록처럼 따라온 요리솜씨는
대장금에 나와도.. 부족함이 없을 지경이다. 
 
간혹, 나의 영양가 없는 참견도 있긴 하지만..ㅎ 
 
난.. 아들만 오형제중 세째로 태어났다.
아들이 흔하니.. 더구나 세째라~~ 
집에서 존재감이란.. 거의 0 이다. 
 
확신할 수 있는 게..ㅠ 
말없이 집,나갔다가..  
일주일만에 들어왔는데.. 
집을 나갔던 거 조차 아무도 모르더라ㅠ 
 
이북에서 월남한 부모님이신데.. 아버님까지 남자만 6명.
여자는.. 달랑 엄마혼자. 
 
그런 이유로 위로도(형,둘).. 아래로도(동생,둘) 혼자 따로 놀았던 내가.. 엄마를 많이 도왔다. 
 
겨울철, 
김장할때, 장에 함께 따라가 배추와 무우 등 재료사오기.. 
 
마당 한켠에 김치독,묻을 땅파기.. 
봄되면.. 독파내고 씻기..
간장,된장,고추장담글 때, 일손 거들기..
집에.. 손님오실 땐.. 집안팎으로 청소하고 현관 등 신발정리하기.. 
 
김치썰면.. 
엄마혼자 파란 배추겉잎 드실까봐 나도 겉잎만 먹었던 기억. 
 
미역국을 남자들은 싫어하는데..
엄마가 서운해 하실까봐 열심히 먹었을 뿐인데..
그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국이 됐다. 
 
그 덕분에.. 엄마의 레시피라고 할 건 없지만
엄마의 손맛을 알기에.. 오늘에 되살려 먹을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근데, 지금 생각해도 다른 형제들은 
그때, 어디에서 뭘~ 하고 있었는 지.. 궁금하다. 
 
어렸을 때의 
그 버릇(?), 습관(?) 때문인지 다~ 늙은 지금도 몸,움직이는데 게으름이 없기는 여전하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