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유령이 산다.
아침, 아내가 외출을 하며... 오늘 어쩌면 택배가 올꺼라고...
수령인이 아내,아니면 둘째의 이름으로 되어 있을꺼란다.
그래서 내,이름은..? 하고 물으니... 그냥, 웃는다.
언젠가 부터 내이름은 우리 집에 없다.
이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으로 모든 수표에 내가 직접 싸인하여 페이먼트를 보냈었는데...
아리조나, 피닉스 이 집에 일년반 전부터 살고있지만 사실, 난, 유령이었다.
아니, 4년전, 고국방문중, 뇌출혈수술이 잘~되어 다행이, 장애없이 살아나긴했어도
비행기타고 L.A 집으로 온 그때부터 산사람으로 온게 아니라 유령이 되어 있었다.
아무 일도 할 수없으니... 15년, 다니던 회사, 조기은퇴하고
그동안 내가 생각하고 결정한거라곤 세번의 이사와
큰 아들의 처인 아이짱에게 내,며느리가 되어 달라는...프로포즈뿐이다.
어느 모임에서 총무가 약도가 그려진 A4용지를 일일이 나눠주며 나를 패쓰하거나
내앞의 잔은 비어있는 채로... 내자신이 투명 인간인줄 알았었다.
그래서, 내가 다~나은 다음에 어디 두고보자라고 마음에 작정을 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익숙해졌다.
이미, 죽었으면서 인정을 안하는건지... 못하는건지, 살아난 걸로 착각하는거 아닌지..?
욕심도 없고...아쉬운 것도 없어져서... 포기도 빨라진 게.. 아직, 이 세상사람이 맞나..? 싶다.
어떤 상황이였어도 지금과 별반 달라진건 없을테니...
지금, 내,사후세계를 보고있는것 같다.
4년동안 한번도 내 아이들에게 큰 소리내거나 말다툼을 한 적이 없으며
훨씬 전부터 해 놓았던 서류상 유산 분배도 수술 귀국후, 확정지었다.
이제, 나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인것이다.
그리고, 있는듯, 없는듯 묵묵히 동행했었다.
L.A에 사는 큰 아들네는 첫딸, 예선이을 낳아 잘~키우고 있으며, 예선이 역시 잘~자라고 있다.
그리고, 둘째는 본인이 원해서 지금 아리조나에서 공부중이니.. 내년에 변호사가 될 것이고
그렇게 잘~살아 갈것이다.
아리조나, 피닉스 우리 가족이 사는 집에 유령도 같이 산다.
이 집엔 밥을 먹고사는 두사람과 축,내는 유령과 한마리의 개가 있다.
미국에서 살려면 무조건 획득, 소지해야 하는 운전면허증을 밥,먹고사는 두사람은 있는데,
우리 집 강아지는 아예, 처음부터 없었고...
나의 30여년 무사고 운전면허는 하루아침에 없어져서 강아지와 신분이 같아졌다.
결정적으로...운전면허가 없어진 한사람과 개에겐 우체국에서 배달되는 우편물도 없다.
받아 볼 우편물이 없다는거... 존재의 실체가 없다는건데...???!!!
미국에서 살기가 고독하지 않다는 걸 확인 해 보고싶다면...
매달 내야하는 페이먼트를 한달만 내지 말란다.
얌전하던 은행들과 크레딧 회사에서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전화통에 불난다.
겉으론 조용할때, 소리없이 바라보는 눈길에 외로울 틈이 없다.
그런데, 유령인 나와 개는 연체할 페이먼트도 없으니 누가 관심을 두기나 할까..?
우리 집에는 유령이 있다.
영화 "Ghost"에서 처럼 착한 면이 있는 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집엔 밥을 먹고 사는 두사람과 축,내는 유령과 한마리의 개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