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생각?

제17회 LA 숭실OB합창단 정기공연날

chevy chevy 2008. 11. 14. 07:15

 

주) 2008년11월 8일은 LA 숭실 OB 남성 합창단  제17회 정기공연이 LA 소재,  윌셔 이벨극장에서 있던 날입니다.

 

어제는 밤12시쯤, 일찍 잠자리에 들었었다.

 

평상 시엔  뭐, 새벽 한시에도 좋고~  두시에도 좋은~ 잠자리에 들 시간이 였지만...

 

이제, 자고 일어나면 오후 7시에 LA 숭실 OB남성합창단 17번째 정기공연이 있는 날이기에..

 

내딴엔 서두른것이다.

 

근데, 새벽 4시경 눈이 떠졌다.

 

일부러 그 시간에 깰려고 한게 아니라  일어나 화장실에 가며 ...시계를 보니 그 시간이 였다.

 

다시, 침대로 돌아 와 누웠지만 ... 잠이 안 온다.

 

내가 처음으로 함께하는 공연이 아닌데 ...

 

이번엔, 이상하게  딱~ 꼬집어 이거다 할 수 없는... 뭔가 모를 불안한 구석이 있나보다.

 

당연, 가사외울 꺼 다~ 외운 상태이고... 음정,박자  정확하게 익혔고

 

복장까지 다~ 챙겨 놓았으니... 준비는 완벽한데... 내, 마음이 왜~ 이러지...?

 

결국, 다시 자는걸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 거실로 살금살금 내려왔다.

 

냉장고에서 얼음에 가까운 찬 냉수,한잔을 마시고 내가 즐겨 앉는 소파에 파묻히며 악보를 펴 들었다.

 

가족들이 다~  깊이 잠에 빠진 시간이니... 작게~ 조용히 불러야겠다하고 소리를 내는데...

 

헉!!!

 

소리가 안 난다. 웬일이니;;;

 

자다 깬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가?

 

아님, 성대를 좀 쉬게 해줘야 하는데... 쎈스 없게  어제까지도 큰소리로 연습을 해서 그런가?

 

갑자기 평화롭던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당장, 원인을 찾기보다도... 어떻케?

 

집합시간이 12시간도 안남았는데...

 

다시, 몇번 아~  어~  해 보지만...

 

배에  잔뜩 힘을 줘야만  마지못해 탁한 소리가 기어 나왔다.

 

어~ 이거 아닌데...

 

저번에...  내친구, 합창단단장인 지원이가 공연날 갑자기 목소리가 안 나와서

 

홍어회 삼합인가를  먹고 목소리가 풀렸다는 경험담얘기가 생각났다.

 

그렇지만 이시간에 어디서 구할것이며... 하긴, 있어도 지금 내가 ...못먹을 것같다.

 

순간, 식초라면 ... 어떨까? 하는 나름대로의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

 

역시, 머리는 존경 받기위해 신체에서  제일 높은곳에... 있는거야 싶다.ㅋㅋㅋ

 

배도 고픈참에 일단 라면을 하나,끓이고...

 

양파를 썰어 거기에 식초를 잔뜩 뿌려서 단무지 대신 먹으면 되겠지...뭐,

 

운이 좋으면  목소리도 제대로 나올것이고 배고픔도 해결되고... 그럼, 일석이조.

 

순간, 내가 미쳤었는지 모르겠는데 ...

 

그땐, 혹시 후에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다행히 아무일도 없었고... 아니, 아무일 없는게 아니라 ...

 

그것때문인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순 없지만 하여튼 목소리가 제 페이스를 찾았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던가?  어쨌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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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7시라...

 

4년선배인 지휘자께서 4시까지 모이라 했는데...  이걸 총무가 중간에서  3시로 변경했나보다.

 

아직 뇌출혈 후유증이 있는 내가 그자리에 가기 위해선 내아내가 운전을 대신 해 줘야하는데...

 

선한 사마리안인  내아내를  4시간 동안 거기서 하릴 없이 기다리게는 차마  못하겠다.

 

그래서 ... 4시 도착에 맞춰서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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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준비가 끝나고... 내려진 막 뒤로 정해진 자리에 섰다.

 

들리는  얘기론... 하필, 우리보다 30분 이른시각에  근처 다른곳에서 행사가 있어서 

 

그나마 얼마되지 않는 주변 주차공간에 여유가 없어서...

 

어쩌면, 온 사람들마저 그냥 가는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소리를 들었기에...

 

서로 말을 삼가고  겉모습은 평온해 보였겠지만 나름 걱정되고 불안 초조했다.

 

드뎌, 막이 올라가며 서서히 드러나는 객석이... 웬일이니... 꽉 ~ 차 있었다.

 

눈을 들어 이층을 보니...헉, 이층도...

 

오래 전에 한국 TV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보며 객석에 많이 모인 관중을 보며 눈물을 흘리며

 

어쩔줄 몰라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과장된거라 생각했었는데...

 

눈,앞에 보여지는 이 광경이... 아!!! 눈물,날만큼 감동이다.

 

성원에 보답하는 뜻으로 안보일지도  모르지만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휘자 선배님이나 반주자 또, 우리 단원모두는 그렇게 신명나게...연주를 했다.

 

그 동안의 수 많은 연습은  오늘 연주에 비하면 그저 장난일 뿐이였다.

 

연주하는 중에도 감동이 파도처럼 내가슴에 파고 들어왔다.

 

연주는 연주자만 하는것이 아니라 객석에 자리한 청중과 함께 어우러진다는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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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처음 선보였던 학창시절, 어느 학교에서나 즐겨입던 추억의 교복복장은 ...

 

내년, LA 디즈니홀에서 있을  서울, LA , 뉴욕 합동공연을 위해 금년엔 접어 두기로 했으나...

 

이미, 보신 분들은 아쉬움에... 못 보신 분들은 궁금하여... 

 

또, 일부러 그 복장을 보러 오시겠다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성화여서

 

마지막 스테이지를 끝내고 연호하는 앵콜소리를 뒤로 한채... 일단, 퇴장하였다.

 

앵콜순서를 아예 그 교복을 입고 다시, 입장하며  재미있게 꾸민 퍼포먼스와 함께 

 

아련했던 자신만의 추억을 모두에게 선사하는 시간을 나눌 수 있었던

 

이번 17회 정기 공연을 아마 오래동안 잊지 못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