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동반된 믿음.
오늘, 일본에서 나의 큰 며느리인 아이쨩이 오게되면 ...
집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할 것만 같은 일이
뒷마당으로 나가서 카라(우리집 개)와의 한달만의 해후를 즐길것 같다.
그동안 여러번 pet shop에 데려가서 grooming하라고 했건만
아무도 듣는척도 안해서 여름내내 자란 털이 이젠 지저분해 보이기까지한데...
거기에 오랫동안 샤워를 안해서 냄새까지...ㅋㅋ 카라체면이 말이 아니다.
당연 쓰다듬어줄 아이쨩의 기분도 말이 아닐테고...
할수 없다 두눈으로 보면 이중으로 보여 아리아리하지만
한쪽 눈만 뜨고라도 오늘은 내가 카라를 위해서, 아이쨩을 위해서 가위손이 되어야 겠다.
한국에서 바리깡이라고 부르지만 여기에선 클립퍼(clipper)라 부르는 털,깍는기계를
애견전용으로 두개나 샀지만 털이 워낙 가늘어서 그런지 전혀 쓸수가 없어서
가위를 이용해서 손가락에 물집이 생기도록 다듬고 또, 다듬었다.
내가 뒷마당으로 나가기만 하면 반갑다고 주위를 맴돌며 껑충껑충 뛰던 녀석을
털을 깍기위해 테이불위에 올려 놓으려 안으니 언제부턴지 엄청 무거워졌음을 느끼겠다.
일년전 이곳 밸리로 이사 올때만 해도 조그맣고 가벼웠던것 같은데...
이제 10년의 나잇살을 먹어서 그런가?
내려 놓으면 그 다음은 알고 있다는듯 엎드려 얌전해진다.
먼저 시야를 가려 답답할것 같은 눈주위를 잘라주고 이어서 머리,턱밑,앞발,뒷발
가슴순으로 다듬다보면 마치 편안하게 휴식을 즐기는 듯 눈, 지긋이 감고 잠을 자는
개,팔짜가 상팔짜라는 생각보다도 도대체 나를... 뭘 믿기에 이렇게 태평일까? 싶다.
98년에 임신한 멀티스종 에미를 주인이 고국방문하느라 우리집에서 대신 맡아 두었던 보답으로
우리집에 있을때 낳은 네마리중 유일한 암놈을 우리가 차지하고 카라라 이름짓고 길렀다.
이녀석이 어릴적엔 먼저 있던 요크테리셔종인 이쁜이를 따라 다니며 귀찮게해서
나한테 미움을 많이 받기도 했다.
넓은 뒷마당이 있던 카말리요에서 무어팍의 작은집으로 이사할때만해도
집구입의 첫번째 사항은 단연 강아지들과 함께 살수 있는 마당이 있어야 한다. 였다.
그리고 어느 일요일, 교회에 가기위해 집을 나서다가 발견한 이쁜이의 엄마인 수지의 주검.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하여튼 우리집에 와서 산것만도 13년인데 ...
전날 저녁에 힘없어하는 수지가 안스러워서 불렀더니... 겨우 오긴하는데...
느낌에..시간이 얼마 안 남았구나...했었다.
함부로 할수 없어서 뒷마당에 파묻고 봉분도 만들어 주었다.
어쩌다가 이쁜이가 밖에라도 나가면 ..늦게 태어 났어도 등치가 더 큰 카라가
마치 보호하듯 뒤따라 다녔는데...
어느날, 늦은 밤까지 TV를 시청하고 잠,자러 침실로 가려다 언듯...
오늘 저녁 퇴근하여 집에 들어오며 강아지들을 본 기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뒷마당으로 통하는 유리문을 열고 전등을 켜니...두마리가 다 없었다.
지금시간이 새벽 한시 반인데... 우째, 이런 일이...
멀티스 와 요크테리셔는 미국사람들이 좋아하는 종이라 봤으면 벌~써 집어 갔을 텐데...
혹시나 하여 옷을 갈아입고 무작정 찾아 나섰다.
강아지이름을 부르며 동네를 한바퀴 도는데...
그시간에 어느 집에서 강아지를 줄에 매어 오줌을 쐬우러 나온 사람이 있었다.
강아지이름을 부르며 지나가는 우리에게 무슨 일이냐며 묻기에 ...강아지를 잃었다고하니...
자기네가 오늘, 강아지를 주웠다며... 현관문을 여는데.... 안에서 카라가 튀어 나왔다.
너무 반가워서 강아지를 끌어 안았다.
근데, 더 작은 강아지는 모르겠단다.
내생각에 분명 같이 있었을 텐데...
이 집 아이들이 좋아하기에 자기네가 키우려고 큰 상자에 담아 놓아서 나올 수가 없는건가?
하여튼 일단 고맙다하고 카라만 데리고 집으로 왔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은 없고...��
한 녀석이라도 찾았으니 이쁜일 데리고 있다면 우리대신 잘 키우라는 바램으로 포기하기로 했다.
세마리에서 한마리만 남게 되니 온정성이 이녀석에게로 쏟아졌다.
한국을 방문하였다가 나한테 뇌출혈이 생겼던 2006년.
아내에게 마음에 준비를 하고...가족을 부르라는 의사샘의 권고에 따라 나의 두아들이 한국에 오게
되면서 맡긴 아들친구집에서... 이녀석이 덜컥,임신을 하였다.
천만다행으로 내가 살아서 귀국후,
고교동창인 친구가 나에게 운동삼아 소일할겸 만들어준 뒷마당의 텃밭에서 물을 주고 있는데...
주변의 움푹패인 땅구덩이에...지형이 그 모양이라 어쩔수 없이 웅크리고 있는 녀석이 이상해서 들어보니...
새끼를 낳던 중이였다. 새끼가 나오다가... 웅크린 자세 때문에 그런건지 머리가 걸린채로 죽어 있었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옆에 있는 아내에게 엄마야~ 이럴땐 어떻게 하지? 카라를 위해서 뭔가를 해야 겠는데...머릿속은 하�다.
내가 카라를 잡고 안심 시킬테니까... 당신이 새끼를 잡아 당기면 어떨까? 일단 죽은 녀석을 치워야
둘째, 세째가 나올 수 있잖아. 결국, 그렇게해서 후에 다섯마리를 더 낳았는데 세마리는 죽고
두마리만 살릴수 있었다.
그렇게 태어난 두마리는 장난이 너무 심해 키울 수가 없어서 아이때문에 개를 키우고 싶어하는
우리가 잘 아는 두가정에 거저 나누어 주었다.
둘,다 주인을 잘~ 만난 강아지들은 주인가족들과 함께 집안에서 사람처럼 살며 귀여움을 받는데
정작 에미인 카라는...개는 당연히 개답게 살아야 한다는 주인의 고집탓에
오늘도 뒷마당을 혼자서 물,샐틈 없이 지키고 있다.
우린 서로 외래어를 쓰기에 대화를 나눌 수는 없지만 구태어 말,따위로 표현할 필요 없이
그저 눈만 쳐다봐도 ...
아니, 그냥 옆에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히 통하는 믿음이 있어서...그래서 마음이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