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쨩이 아파요.;;;
아침에 일어나니 아내가 하는 말이 아이쨩이 아프단다.
새벽에 일어나서 토하기도 하고... 난, 그것도 모른채... 잠만 잘 잤는데...
큰 아들은 벌써 출근하여 나가고 아이쨩 혼자 누워 있는 방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문밖에 서서
"아이쨩 ! 괜찮아? " 물으니
조그맣고 짧게 "네" 하는 대답만 들린다. 대답하기 조차 힘들게 많이 아픈가 보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아내에게 "어떻게 해야 하지?"하고 나 답지 않은 질문을 던지니
"탈난게 아니라면... 아마 너무 긴장해 있다가 긴장이 풀려서 그런거 같아
조금더 쉬고 나서 죽- 한그릇먹으면 괜찮아질꺼야. 몸살 같아"
아내는 의학상식은 나보다 훨씬 모르면서도...위로 한다고 할까? 간호랄까?
하여튼 마음편하게 만드는데는 전문가답다.
아버님께서 살아 생전에 미국에 오셔서도
"간호사 양반! 나, 약먹을 시간 아직 안됐소?" 라고 매번 약드실때면 내아내를 찾으셨고
또, 내아내는 약이던 어떤 필요하신것을 잘 챙겨 드리곤 하였다.
그렇게 세째며느리가 내 담당간호사라고 농담도 하셨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것도 좋았지만
실제로 내가 힘들어 할때마다 나에게도 많은 위로와 마음에 여유를 갖게 해 주곤 하였다.
오늘 점심메뉴는 당연히 하얀 쌀죽이다. 내 마음엔 더 좋은 걸 먹이고 싶은데 다 싫단다.
마침, 아내가 쉬는 날이라 다행이다.
아내가 출근하고 없으면 내가 만들어야 했을 텐데 아무렴 엄마보다야 나을까?
시엄니인 아내와 그리고 아이쨩이 한그릇씩 먹고 난 두그릇을 비웠다.
아이쨩이 먹어주니 고마웠다.
어렸을 적에는 내입에 들어오는 것에만 관심이 가고 즐거웠는데...
결혼하여 자식을 낳아 키우면서 자식입에 들어갈 먹거리에 최우선 관심이 가고
또, 흘리면서라도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 보는게 즐겁고 기쁘더니
이제는 나 아닌 누구라도 맛있게 먹는게 이렇게 기쁘기까지 하다.
아내가 갑자기 "상진아빠! ... 만약에 손주가 생긴다면 어떻겠어?"묻기에...
웬,뚱단지 같은 얘기를... 라는 생각을 하며.. "나야 좋지." 그리고 덧붙였다.
"난, 언제던...몇명이던...다좋아. 결혼식만 10월이지, 첫째는 벌써 내 마음속에서 부부인데 뭐.
부부한테 애기가 생기는건 당연한거고 또, 애기를 나한테 맏긴다면 내가 목욕시키고 기저기
갈아 주고 다 할수 있어, 그게 뭐 힘들기나 해? 우리 아이들 키울때 기억을 다하고 있는데...
그런데...그얘긴 무슨 뜻이야? "
아내가 내 마음을 떠보려고 물었던건지는 모르겠지만 ...
"그냥...혹시, 임신한거 아닌가해서..." 라며 말끝을 흐렸다.
아픈사람 혼자 집에 누워 있는데...
운동한답시고 산책하러 공원에 나가기도 조금 그래서 커뮤니티안에서 2~3번
왔다 갔다하고 들어 가려고 나왔는데...나오자 마자 퇴근하여 오는 큰아들과 마주 쳤다.
해서 아내도 들여 보내고 나 혼자 3번 왕복으로 걷다가 집에 들어 왔다.
서운한 마음이 생기는게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것에서 시작하는거라...
무슨 말인가?하면 ... 설마 그럴리는 없지만. 아들생각에
아침에 출근하며 아픈 아내를 보고 나왔는데...
그러면 엄마 아빠가 잘 돌봐 주시겠지.했는데...
운동한답시고 아픈사람 혼자 놔두고 나가다니...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라고 서운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오늘 운동은 그렇게 간단하게 마쳤다.
자기의 남편을 보니 갑자기 아이쨩 얼굴에 생기가 도는것 같다.
언제나와 똑같은 하루였지만
오늘은 유난히 아이쨩과 큰녀석에겐 길게 느껴 졌을 것이었다.
사랑은 아픔까지도 함께 나누는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