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 ~~ 일곱번째

chevy chevy 2008. 3. 4. 04:15

 

  고2 때인가? 여름방학을 앞두고 

 

교실, 앞쪽에, 한 아이의 책상을 둘러싸고 여러명의 아이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궁금하여 가보니 책상 위에 조그만 책자가 여러권 있었는데 .. 서로들 먼저 보려고

 

실강이를 하는 중이였다.

 

그  당시,대개의 교회에서는 등사 린트로 인쇄를 하곤 하였는데...

 

책상 위에 있는건 등사 프린트로 해서 만든 조그만 핸드 북이였다.

 

내용으로는 수양회 일정표, 각개인 지참물, 예배순서, 노래가사, 지켜야 할 사항들, 

 

중,고등부 부원들이 직접 지은 싯구절등 교회의 중,고등부 학생회에서 수양회가서

 

지침서로 사용할 요량으로 만들어  한권씩 나눠 갖던 책자인 것이다.

 

내가 출석하던 교회에는 수양회라는게 없었으니...수양회라는것 자체를 몰랐고

 

더욱이 핸드북, 역시 처음 보는 것이였다.

 

근데, 그 여러권이 서로 다른 걸로 봐서 이미 여러 교회 학생회에서는 그런 종류의

 

책자를  만들어 나누어 쓰고 있었나 보다.

 

내가 마침, 고등부의 회장과 학생들로 구성된 2성가대의 총무를 하기에 이번

 

여름방학에 수양회를 시작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경비가 부족하면 고등부 예산이나 성가대 예산에서 쓸 수 있었기에 추진하여

 

우리 교회, 최초의 중,고등부 수양회를 인천앞, 덕적도에서 실시하게 되었고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잘 이어오고 있음을 알고 있다.

 

내가 얘기하려는게 물론, 수양회는 아니고 처음으로 돌아가서..등사지(기름종이)를

 

리방이라는 쇠판에 철심으로 된 펜으로 글을 써서 원판을 만드는데, 혼자서는 글

 

쓰는 일이 많고하니 여러 사람이 나누어 쓰게 되어 여러 사람의 필체가 보이게 된다.

 

그 중 몇가지 필체가 너무 맘에 드는거 였다. 그래서 흉내를 내 익숙하게 쓰다보니...

 

아뿔사, 내, 글씨체를 잊어 버렸다.

 

잘 쓰는 편은 아니였어도 내 아버님으로 부터 글 이쁘게 잘 쓴다고 칭찬들었었는데...

 

내가 싸인펜으로 신문 광고란에 낙서한 걸 가지고  어느 날 아침부터 큰 형하고 작은

 

형이  원래 인쇄된거네.. 아니야 누군가 손으로 쓴거네로 말다툼을 한 적도 있었다.

 

어쨌던, 글씨체 잊어 버린게 너무 아쉬웠다.

 

 이민 온지 17~18년되었을 2004년인가?

 

하여튼, 쌩뚱맞게...

 

어릴때...내 글씨체를 잊어 버리게  일조한

 

핸드북 가져왔던 그 녀석,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살아 있기나 한가? 하며 새삼스레 그 녀석이 궁금해 지곤 하였다.

 

그런, 어느 날, 내 짝이였던 아이가 뉴욕에서 살기 싫다며 LA로 오는 바람에 

 

각자 연락되는 동기들을 한자리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거기서 내 글씨체를 잊게한 핸드북을 보여줬던 그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졸업하고 처음으로...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와 장소에서 마주 친,

 

이민 30년이 넘어가는 그 아이는 너무 좋아 보였다.

 

학창시절의 까무잡잡한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오랜만의 해후를 반가워하며 대화를 나누던 중

 

 "교회에 출석하니? "라고 묻기에  

 

 "그럼, 성가대도 하는데.." 라고 대답을 하니 
 

 "잘 되었네, 기준아! 숭실 OB 합창단 같이 안 할래? 난, 오래 전 부터 단원인데.. 너도 같이 하자"

 

는 제의를 받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음악과 인연이 되는 세번째  입질인 것이며  고1때, 첫번 입질에서

 

이루지 못했던 숭실 합창단과의 인연이 30여년만에  연결되는 순간이였다.

 

그때, 여러가지 동기를 제공한 핸드북을 갖고 있던 까무잡잡했던 아이가

 

바로, 지금의 LA 숭실 OB합창단, 정지원 단장이다. <계속>